글쓰기를 시작하는 오후 2시
일요일 오후 2시, 지난 주에 오픈한 카페에 들어가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통유리로 된 인테리어 된 카페 덕분에 마음도 따뜻해졌다. 주문한 커피를 들고 쿠션이 좋아 보이는 좌석에 앉았다. 가방에서 새로 장만한 노트북을 꺼내 테이블에 놓았다. 사과 로고가 반짝이는 노트북이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 내가 글짓기를 잘하지 못한 것은 오래된 노트북 탓이지 실력 부족 때문은 아니었다. 모든 준비가 완벽했다. 마시기엔 쓴 에스프레소는 내 이미지를 작가로 기억시켜 줄 장식이었다. 잔에 입을 대고 한 모금 맛본다. 역시, 향기만 맡다가 졸음이 올 때 다시 찾겠다 다짐한다. 머리속에서는 멋진 글 한 편이 완성되었다. 이제 첫 문장만 적으면 독자들은 한 동안 내 글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었다.
커피는 식어 향이 약해졌다. 벌써 첫 문장만 13번째 쓰고 지우길 반복했다. 평범하게 시작하자니 재미가 없고 개성있는 도입부는 생각이 안 났다. 노트북이 영감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새로운 노트북도 내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블로그 한번 해보겠다고 큰맘 먹고 구입한 장비가 때깔을 잃은 듯 보였다. 생각해보니 첫 문장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개요는 짜지 않았지만 나만의 감각으로 이 문제를 타결하겠다고 다짐했다. 평범한 도입부에 이어 어디서 들은 듯한 이야기를 추가한다. 독자의 지적 수준 향상은 경제이론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단어로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학창시절부터 익숙한 속담 한 두 개를 섞어낸다. 이 정도 예시가 내 글에 양념을 역할을 한다. 작성하던 글이 워드로 2장이 넘어갈 때가 되었을 쯤, 눈앞이 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노을이 눈앞에 보이자 배에서 꼬르륵 신호가 왔다. 오늘 하루도 몇 시간을 쉬지 않고 글쓰기에 매진했다.
앞으로 몇 달만 지나면 나도 20-30분 안에 A4 1장 글짓기는 당연해 보였다.
있어 보이는 책 읽기
책이라면 적어도 ‘총, 균, 쇠’ 정도는 되야지라고 생각했다. 수 년 동안 서울대학교 대출 순위 1위, 집 책장에 있으면 ‘나는 교양인’이라는 인식을 심기에 완벽한 책이었다. 이 책을 완독한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와 나의 의지력은 정확히 반비례했다. 2주 동안 읽은 분량은 100쪽이 조금 넘었다. 그렇게 책을 도서관에 반납한 후 두 번 다시 쳐다보지 않았다. 하지만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역사의 흐름과 문화의 발달 과정을 총, 균, 쇠라는 3가지 잣대로 해석한 내용이야. 문장은 난해하지만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어” 나름 있어 보이는 대답 후에는 질문이 이어질까 두려움이 앞섰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당신 앞에 있는 사람도 도찐개찐 일거다. 당신과 마주한 사람의 인내심의 총합도 이 책을 넘기엔 부족하다. 유튜브 같은 영상매체로 옮겨가는 이유는 생각하는 시간을 줄이고 빠른 이해를 위해서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많은 의지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잘 읽히는 글이 잘 팔리는 글이다.
생각해보면 베스트 셀러가 되는 글은 읽기 쉬운 글이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읽어본 적 있는가? 글씨는 크고 내용은 쉬웠으며 페이지수는 적었다. “초등학생도 2시간이면 충분히 다 읽겠구나” 생각했다.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명확했다.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 책의 저자는 많은 강연과 책 판매량으로 부자가 되었다.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방법은 단순하다. 간단한 교훈이 있는 이야기를 쉽게 풀어 공유하면 된다.
글쓰기의 기본 공식
블로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글쓰기 방법론 관련 서적을 몇 권 읽었다. 그 중 ‘기자의 글쓰기’는 큰 글씨체로 강조된 구문, 예시로 이해를 도왔다. 이 글은 책에서 배운 내용을 적용하여 연습용으로 적어본 글이다. 있어 보이는 문장은 길어지기 쉽다. 부사어나 관형어가 많이 들어가면 문장이 길어지고 흐름이 깨진다.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하나보다. 글쓰기 방법론을 배우길 잘했다. 접속사가 사라지니 글이 한눈에 들어와 이해가 잘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글로 내 생각을 전달하려면 내용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개념이 명확하면 듣는 사람의 지식 수준에 맞춰 설명 가능하다.
이 글은 다음의 조건을 얼마나 만족할까?
1. 단문으로 적어라
2. 입말로 적어라. 그래야 리듬이 생긴다.
3. 소리내어 읽어보고 어색한 부분을 고쳐라
4. 수식어는 최소화해라.
5. 뼈대가 튼튼한 글에 근육을 붙여라.
6. 말줄임표로 끝맺음하지 마라.
7. 글을 읽은 후 질문이 생기면 잘못된 글이다.
8.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 충분히 설명해라
9. 주관적인 메시지를 객관적으로 전달해라
10. 객관적은 문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상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11. 각 문장은 메모가 아닌 완벽한 구조의 문장이어야 한다.
12. 기/승/전/결의 논리적인 틀에 맞춰 작성해라.
13. 그렇게 독자를 감동시켜라.
기/승/전/결은 잘 챙겼는가?
다행히 이 글에서 기승‘전’결 중 '전'이 빠져도 무난하게 읽히는 것 같아서 기쁘다. ‘전’에 해당하는 내용을 알맞게 적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찾아봐야겠다. ‘글은 쓰는 게 아니라 고치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글이 재미있는지, 나 자신이라면 읽겠는지 한번 더 물어본다. 되새김 과정에서 또 몇 글자를 아니면 몇 문장을 드러내야 될지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덕분에 글쓰기가 즐겁다. 이제는 반복된 연습을 통해 능력을 강화할 시간이다. 컴퓨터 앞에서 작업하는 시간이 해리포터를 안겨주기는 어렵겠지만 내 글을 좋아하는 독자 한 두 명쯤은 만들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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